[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시작이 창대하지 않아도 좋은 이유

칼럼/아티클

[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시작이 창대하지 않아도 좋은 이유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이 중 많은 경우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한 프로덕트를 멋지게 출시해야 하는데 아직 프로덕트가 미약해 미루고 있다는 걱정을 얘기한다. 최근에 만난 한 예비창업가는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장표만 수백장 그리며 가설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있다며 보여줬다. 

하지만 시작이 꼭 창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올해 나스닥 상장한 회사가 대표적으로 말해준다. 미국판 배달의 민족 '도어대시(Doordash)' 얘기다. 도어대시는 스탠포드대 학생들이 재학 중 창업했다.

당초 이들의 아이디어는 음식점 후기를 수집하는 앱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관련해서 학교 근처 마카롱가게 주인에게 의견을 구하기 위해 가게를 찾았는데, 가게 주인이 밀린 배달 주문서를 들고 당장 이것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곤혹스러워하는 것을 보게 됐다. 풀타임 배달 인력을 채용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간간히 들어오는 배달 주문을 가게 주인이 모두 직접 처리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가게들도 비슷한 고충을 갖고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지역 음식점 200여개를 돌며 서베이를 진행했고, 이를 기술로 풀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가졌다. 이를 검증해보기로 하고 곧바로 도어대시의 전신인 '팔로알토 딜리버리(Palo Alto Delivery)' 웹페이지를 열었다. 팔로알토 딜리버리는 인근 지역 레스토랑 메뉴를 업로드한 심플한 웹페이지였다. 창업자들 스스로도 "아주 단순하면서 못생긴 웹페이지였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못생긴 웹페이지를 통해 이들은 자영업자와 소비자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자신들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또 이를 반영해 서비스를 점점 고도화시켜 나갔다. 웹페이지를 열자마자 30분만에 첫 주문이 들어왔고, 낮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엔 직접 배달을 하며 시장의 수요를 몸소 검증하고 경험을 축적했다. 배달인력 채용시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인지부터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일하는 방법,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방법 등을 터득해나가며 이를 서비스에 하나하나 반영했고 팔로알토 인근지역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성장시켜나갔다.

또 처음부터 주요 도시, 즉 인구수가 많은 뉴욕, LA, 시카고 등이 아닌 창업자들이 가장 잘 아는 팔로알토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성장에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음식 배달과 같은 플랫폼 사업은 서비스 지역내 1위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를 도어대시가 증명한다. 도어대시는 우버이츠, 그럽허브 등 경쟁사와 달리 팔로알토와 같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키워나갔다.

인구 1000만명 내외의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아님에도 도어대시가 음식 배달서비스 1위 업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외 중소도시에서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도어대시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주요 도시들이 미국내 전체 음식배달 시장의 36%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연간 성장률은 높지 않다. 반면 인구 10만명 내외의 중소도시들에서 음식 배달플랫폼은 연간 두배씩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로 가족단위 음식배달 주문이 많고, 교통체증이 훨씬 덜한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창업자가 전단지 앱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자가 직접 전단지를 모으러 다녔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아이디어나 이를 세련되게 구현한 프러덕트를 시장에 내놓으며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도어대시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와 가설을 구현한 보다 세련된 웹페이지를 만들지 못했을 리 없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완벽히 구현한 웹페이지를 만드는데 시간을 쏟기보다 실행을 통해 시장을 검증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다. 직접 배달을 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정보는 수백장 장표를 그리는 과정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도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고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벤처투자자들도 많다.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얼마나 프로덕트가 완벽히 준비되었는지는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초기 기업의 프로덕트는 어차피 완벽할 수 없다. 어떤 아이디어를, 어떤 가설을 갖고, 어떻게 검증하고 있는가를 통해 충분히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

미국 유명 시드투자자이자 액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가 투자한 것은 업계 1위인 지금의 도어대시가 아닌 못생기고 단순한, 론칭 두달된 서비스 '팔로알토 딜리버리'였다. 

 

 

<원문/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market/2020/12/2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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