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뉴스_2023년 5월 4일

Page 1

이야기숲으로 둘러싸인 곳, 클라리온 벽화골목

좁은 골목을 천천히 걷다보면 여러 나라가 보인다. 여러

사람들이 보인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사건들이 보인다.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듯 하다.

벽화 하나하나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저마다 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샌프란시스코 클라리온 골목엔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벽화가 내는 목소리들이다. 이곳엔 환경과 사회, 지역공동체, 예술적 자유 등에 대한 메시지가 골목 양쪽 벽을 캔버스 삼아 그려져 있다. 때론 유머가 담기기도 하고 아주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 당신이

골목에 들어온 이상 나 이외의 사람들과 세상에 눈길을 줘야 한다고, 모른척하지 말아달라고, 조그만

관심이 시작이라고 그렇게 말을 한다.

Clarion Alley Mural Project 의 첫글자를 따서

CAMP라 불리는 단체가 독특한 분위기의 벽화 골목을

자유로운 예술의 향기를

덕에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낡고 지저분했던 이 골목이 관광지로 바뀌는 예상치않았던 변화가 생겨났다.

��
탄생시켰다.
분노가
또 골목에서 �분 정도만 걸으면 �층
예술품으로
Women’s
이름답게 이곳
얼굴은 과테말라
��년 동안 그려진 ���여 점의 벽화들은
담겼지만
지닌
건물을 통째로
만든 The
Building을 만난다. 건물의
벽화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건물 꼭대기의 카리스마 가득한
원주민을 대표해 사회정의

활동을 벌여 ����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리고베르타

멘추 Rigoberta Mench이며, 전쟁의 신이 태어나는

것을 막다가 돌에 에워싸였다는 아즈텍 달의 여신이

벽화에서는 돌더미에서 벗어나 당당한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죄로 감옥에서

년을 보내야했던 푸에르토리코 혁명가 로리타 르브론 Lolita Lebron 의 얼굴도 이곳에서는 평화롭기만 하다.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모든 여성들은 ʻ누구보다 먼저 용감하게 앞장서는 중’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 건물은 그래서 아주 한참동안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년 베이지역 벽화가들의 모임인 ʻWho’s

Who’와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 예술가들의

힘이 합해진 이 벽화의 이름은 마에스트라피스 MaestraPeace. 평화의 선생님이라서인지 모두 다른 그림

인데도 꽤 조화로운 느낌이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사람들이지만 화목한 한 가정의 식구들인 것 같다.

지금도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 건물의 벽화들은 계속 세상을 향해 평화를 이야기 한다. 그래서일까, 클라리온 골목 벽화들의 반항적인

목소리에 그늘을 느꼈다면, 이곳에서는 햇살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한 여성과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손을 잡고

함께 춤추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울림이 전해졌다. 벽화의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글,사진/ 한혜정

��
��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