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도 이제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모양입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내 나이가 마치 고무줄처럼 앞 뒤로 두 살까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하곤 했죠. 세는 나이보다 만 나이가 더 좋아질 때면 다들 나이드는 증거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정말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나이 삼십이 됐을 때 가장 ‘늙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얼토당토도 하지 않던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 치기어렸던 생각은 ‘어른’이라는 말과 통해 있었습니다. 20대의 패기는 왠지 …
-
여행이란 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의 묶음이 있습니다. 설레임, 추억, 사진 그리고 당황스러움. 여행 가기 전이면 엄청나게 설레어하며 매우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어서 사실 가기 전에 이미 가본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각종 사이트를 섭렵하면서 빠진 건 없는지 여러 후기를 읽고 사진을 보고 두번 세번 다시 확인하곤 합니다. 하지만 늘 뒷통수 한방을 시원하게 맞는 기분이 되죠. 생각해보면 여행지에서 계획대로 완벽하게 되기를 기대하기란 토끼에 뿔나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패키지로 묶어진 단체여행에서도…
-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하나둘 대학을 가고 혹은 독립을 하면서 서서히 “은퇴”에 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특히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은 삶의 규모를 재정비하는 시간이기에 수많은 생각과 계획에 마주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많은 사람은 각자 재정 규모에 따라 주거환경을 현실적인 삶의 구조로 바꾸게 된다. 대개 싱글 하우스에서 타운하우스 혹은 콘도로 전환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한다. 단지, 주택 사이즈만 줄이는 물리적인 규모 축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살림의 규모도 함께 줄이게 된다. 평생 경제활동을 열심…
-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여름부터 욕실 공사를 많이 하신다. 오늘은 욕실 리모델링에 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욕실의 표정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욕실 바닥에 과감하게 마루가 깔리거나 샤워 부스에 사우나 기능을 첨가하고 마사지 효과가 있는 월풀 욕조를 들여놓는 등 욕실의 기능도 향상됐다. 욕실은 주방과 함께 주부들이 가장 손을 대고 싶어하는 곳이다. 주방의 경우 한번 손을 대려면 족히 2 만 달러 정도의 목돈이 들어간다. 작은 욕실의 경우 최소 비용으로 잘만 하면 대개 1만 달러 안쪽에서 해결할 수 있어 주방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그리고 …
-
아버지의 핸드폰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에는 늘 핸드폰이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이시기도 했고, 십 오년 이상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생하셨던 터라, 핸드폰으로 하시는 일이라고는 통화하는 일밖에 없었죠.
가끔씩 울리는 전화 소리에 들여다보면 아버지 이름. 별 용건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그저 뭐하냐, 뭐할 거냐, 손녀 안부. 그러다보면 이어지는 적막이 힘들어 서둘러 끊자고 하기 일쑤였습니다. 핸드폰 참 좋아하셔, 하면서 저희끼리 웃기도 했었죠.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핸드폰을 가지지 못한 채 아버지는 갑작스레 돌아가시…
-
영화 을 보셨나요.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 10분 만에 죽어버리고(의식불명으로 진행되긴 하지만요)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색다름이 상당히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주인공 ‘조(Joe)’와 절대로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영혼 22’의 인생 궤적이 한 시점에서 만났다가 갈라지게 되는 이 영화를 방학 중에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전전긍긍할 부모님에게 꼭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먼저 한국어 더빙판 엔딩 크레딧에 들어간 가수 이 적의 노래부터 들어보세요. 그 역시 이 영화를 보고 울림이 커서 ‘쉼…
-
처음 이사를 와서 열차의 경적소리를 들었을 때는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왠지 모를 향수같은 것이 마음 속에 피어나기도 했고 정취가 있는듯 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조금씩 짜증이 났습니다. 잠을 설치기도 하고, 낮에 있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죠. 얼굴도 모르는 기관사를 향해 성격이 안좋은 것 같다, 저 기관사 오늘 기분이 안좋은가, 그걸 경적소리로 푸는 것 아니냐며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에는 화도 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열차 경적소리에는 정해진 패턴이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눌러대는 것이 아니라는 걸…
-
이자율 상승과 함께 주식시장이 요동친다. 다우 존스 지수가 하루에 1,000씩 오르고 내린다. 여기에
40년 만의 높은 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코로나 소식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못하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될 기미가 전혀 없다. 이런 비관적인 소식은 투자자 마음을 더욱더 두렵게 한다.
주식시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신문과 방송 매체도 어김없이 “폭락(Plunge)”, “빠른하락(Tumble)”, “피바다(Bloodbath)”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투자자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하락하는 나의 소중한 자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