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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정주행 아니고 요약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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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아니고 요약주행

흔히들 ‘귀가 얇다’고 말하는 타입인 저는 물건을 살 때 유난히 후기에 집착을 하곤 합니다. 거기에서 가장 꽂히는 단어가 ‘가성비’라는 말이죠. 품질이 좋다, 사용감이 좋다는 말보다 이상하게도 ‘가성비가 좋다’ 라는 말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결제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 감상에도 가성비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게 됐습니다. 무형의 컨텐츠에 그 말을 쓰는 것은 ‘시간’과 ‘효용’의 반비례 관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더라구요.
내 시간을 한 시간 사용해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보다 드라마 두세 편을 요약해 놓은 컨텐츠를 한 시간 동안 보거나 빨리감기로 보는 것이 가성비 짱이다, ‘시간은 짧게 효용은 크게’ 이렇게 작용하는 기전인 겁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가 내쉬는 한숨이,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데 그걸 생략한 것을 보는가에 대한 제 생각은 가성비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소비하는 그들의 문법 앞에 옛날 사람의 마인드로 추락하곤 합니다.

생각해보자면 소비자들의 성향이 시장 안에서 거대물결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죠. 긴 전주, 긴 간주를 못 참는 사람들이 노래방의 간주점프 버튼을 만들게 했고, 결국 가요는 예전에 비해 전주도 짧고 간주는 거의 없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전주가 긴 노래는 찾기 힘들죠.

그러고보면 빨리감기나 요약본으로 드라마는 보는 것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같습니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인 거구요. 가성비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기엔 너무 늦은 타이밍인듯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게 미덕일 것이며, 외면하지말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꼰대 소리 안듣는 첫번째 덕목이다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잘만들었다는 유튜브의 드라마 요약본을 클릭합니다.
흠, 생각보다 괜찮네 싶었구요, 제 시간을 아껴주느라 이토록 정성스레 요약본을 편집해 준 유튜버가 참 예뻐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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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기쁨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요약본에 길들여지다 보니 책 한권 읽는 것이 꽤 어렵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읽다가 마지막 결말을 읽게 되고 결말을 알고 나면 중간에 읽다 멈추게 됩니다.
참 문제다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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