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쉿, 아직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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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아직 비밀이야

구글맵이 보통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얘가 오늘 따라 왜그러지 할 정도로 평소 다니지 않는 길로 안내를 한다던가, 지나고 나면 직진만 해도 될 길을 유난스레 좌회전, 우회전을 시킬 때도 있어서 요즘은 늘 삼십 퍼센트 정도의 의심의 눈초리로 구글맵을 쳐다보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역시나 구글맵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지 제 핸드폰 기능이 이상한 건지 계속 지도가 뱅뱅 돌면서 위치를 찾지 못해서 약이 빠짝빠짝 오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일단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 순간 저는 ‘구글맵아, 고마워’를 외치고 말았습니다. 보라, 분홍, 하얀 꽃들이 만발해서 골목 군데군데가 파스텔톤으로 빛나고 있는, 정말 잠시 다른 세상에 뚝 떨어진 것 같았으니까요.

봄이 와있었네요. 얼마동안 폭우에, 바람에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연속이라 봄이 실종된 걸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작년에 해가 쨍쨍했던 날들과는 너무 달랐죠.

시간의 흐름이란 그래서 참 신기합니다. 계속 춥다 춥다해도 꽃이 어디선가 존재를 드러내는지 꽃가루 알러지의 시작으로 봄이 왔네 하는 사람부터 부엌 선반 한 켠에 하얗게 굳어있던 코코넛오일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니 확실히 봄이다 하는 사람까지 누구나 봄의 시작을 감지하는 스위치는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느 계절보다 조금 더디게 오는 것 같은 봄. 예전에 ‘산할아버지’를 노래했던 가수 김창완 씨가 쓴 동시를 읽고 봄의 속성을 너무나 예리하게 나타냈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까요? 제목은 <봄>입니다.

‘오늘도 무지 추운데
오다가 학교 담벼락에서
봄을 만났어요
반가워서 인사를 했더니
“쉿, 아직은 비밀이야.” 그랬어요’

왔나 하면 아직 아닌 것 같고, 꽃샘추위를 몰고 오기도 하고, 아주 살금살금 비밀스럽게 오는 봄. 지금쯤이면 저도 봄을 만나면 정말 반갑게 인사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후면 이제 봄은 비밀이 아니라 아주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여주겠죠.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을 몰고와서 또 그때는 ‘태양을 피하는 방법’만 찾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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