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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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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수 / 성백군
빨강, 노랑, 주황,
가을 유실수 열매는
색이 곱습니다
사과, 감, 대추, 오랜지, 포도
다들 나름대로 잘 생겼습니다
아니, 맛있다고
들어내 놓고 자랑합니다
따 가라고
그래야 제 씨를 번식시킬 수 있다고
잎 사이에서 겸손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제 새끼를 위하여는
고운 옷에, 좋은 음식에, 최고의 교육에 ,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물 쓰듯 합니다만
달라요
유실수는 열매 안에 과육이 있어
수고하는 이들에게 은혜를 베푸는데
사람은 저만 잘라
먼저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이웃을 밀치고, 짓밟고, 끌어내리고,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네요
싫어요
도를 넘는 몰염치가, 과학이
씨 없는 포도를 만들었다고 자랑합니다
사람은 만물의 관리자가 아니라 파괴자입니다
포식자가 된 내가 밉고, 가엽고, 불쌍하고, 창피해서,
유실수에게 미안해서
오늘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과일을
먹을 수가 없네요.
1540 – 10172025
*시산맥카페회원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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