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 - 경칩(驚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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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이 깨어나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땅 밖으로 나오는 날’로 알려진 경칩이 다가옵니다. (2023년 3월 6일)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겨울잠을 청했던 벌레들과 개구리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천둥 소리’ 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24절기 중 세 번째에 속하는 경칩 기간에는 눈 또는 비가 내렸습니다. 이 시기 중 비가 내릴 때 종종 동반되는 것이 천둥인데요, 천둥은 번개(빛)에 뒤따르는 소리로 무시무시한 폭발음을 냅니다. 우르릉 쾅쾅! 잠자는 벌레와 개구리를 깨울 정도로 ‘커다랗고 갑작스런 큰 소리’는 때때로 음악가들에게 재미난 영감을 주었습니다. 한 예로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인 요제프 하이든 (Joseph Haydn, 1731-1809) 의 <교향곡 (Symphony No. 94  in G major, 1791)>이 있습니다.  “놀람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이든의 94번째 교향곡 2악장에선 청각적으로 깜짝 놀라게 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요, 이 곡이 “놀람 (Surprise)”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을 오스트리아의 에스테르하지(Esterházy) 가문의 궁정에서 궁정악사로 지내온 하이든은 그의 나이 60대에 이르러 런던에서 공연감독으로 활동하던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스트 잘로몬( Johann Peter Salomon, 1745-1815)에게 초청 받아 12 개의 ‘런던 교향곡’을 작곡하고, 또 직접 발표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로 인해 소수의 귀족들을 위한 맞춤형 음악을 작곡해오던 하이든은 런던의 수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숙련된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고, 15명 안팎에서 40여명으로 늘어난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향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이든은 이 특별한 경험을 작곡에 재치있게 녹여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12 개의 ‘런던 교향곡’ 중 두 번째 교향곡 2악장 16번째 마디의 약박에 등장하는 포르티시모 (ff, 매우 크게) 소리입니다. 연주당시 피아노 (p, 작게)로 잔잔하게 시작한 2악장의 초반부에서 사람들이 절대 기대할 수 없었던 천둥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연주 중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이 곡은 “놀람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답니다. 
 놀람 교향곡에서 사용된 그의 재치는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 끝없는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여곡의 교향곡을 남긴 요제프 하이든은 오늘날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요, 이건 그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4악장 교향곡 구성 체계를 확립하고, 교향곡 자체의 위상을 높였다고 인정받기 때문이죠. 뿐만아니라 하이든은 평생동안 무려 700곡이 넘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발견되는 크고 작은 실험들입니다. 시대별로 바로크, 전고전주의, 또 고전주의 기법의 태동을 알리는 모든 요소가 고루 담긴 그의 작품들은 그가 창작 활동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보여줍니다.
다가오는 경칩을 앞두고 나는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진짜 빛과 소리를 품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도전을 귀하게 여기고, 올 한해 새롭게 피어날 나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빛과 소리를 키우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추운 겨울은 가고 반드시 봄은 올테니까요.



안미정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pianist_mom_sylvia_
pianistmom.sylv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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