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봄은 깨진 유리창으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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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깨진 유리창으로 오지 않는다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두 대의 차를 놓아두었습니다. 한 대는 보닛만 살짝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창문을 조금 깬 상태였습니다. 일주일 후 짐바르도 교수가 그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때 두 대의 차는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보닛만 열어 놓은 차는 별 변화가 없었지만, 창문이 깨졌던 차는 부품과 타이어가 다 없어지고 낙서와 쓰레기로 뒤덮여 폐차 수준으로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도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부터 ‘군중심리’까지 더해지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현상, 이렇게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 Theory’ 는 만들어졌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면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강아지 배변봉투를 길 가에 버리게 되면 마치 그날의 쓰레기통은 여기로 정하자는 법칙이라도 생기듯이 그곳에 버리는 일이 허다하게 생기게 됩니다. 깨진 유리창이 생긴 것이죠.

일부러 버리지 않은 경우도 똑같은 결과가 생깁니다. 무심코 놔두고 떠난 일회용 컵이나 접시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이게 되니까요.

그런데 누군가 이 이론을 실험이라도 하려는듯 어느날 쓰레기가 잘 쌓이던 골목 한 구석에 커다란 화분을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화분에선 어느날 초록 잎이 돋아났구요. 아마도 구근이 그 안에 있었나 봅니다. 예쁜 튤립과 수선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네요.

주변을 지날 때마다 쌓여만 가는 배변봉투를 보는 것이 꽤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풍경으로 바뀐 그곳에서 사람들은 아무도 무언가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이름도 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교수만 이름을 짓는 건 아닐테니까요) ‘화분 이론’ 또는 ‘튤립 이론’ 등 우리를 바꾸어주는 것들을 이름붙여 실행하면 좋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을요.

주변이 나날이 예뻐지는 요즘입니다.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껏 물오른 꽃망울, 초록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은 나뭇가지들 주변에 봄햇살만 쌓아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하나쯤이야 하고 버린다면 봄은 달아나버릴 수도 있겠죠. 예쁜 봄만 올 수 있도록 ‘깨진 유리창’은 미리미리 치우고 없애는 손길을 더해주세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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