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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존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John Steinbeck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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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이 생전 사랑한 살리나스를 가다
내셔널 존 스타인벡 센터 National John Steinbeck Center



101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 나타나면서, 안개낀 오전엔 마치 물로 행위예술을 하는듯한 거대한 스프링클러가 줄지은 곳이 있다. 미국인이 소비하는 많은 양의 채소가 이곳에서 나온다는 살리나스 Salinas는 검붉은 색의 비옥함이 광대한 흙을 초록으로 덮어버리는 곳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세익스피어인 존 스타인벡, 그 역시 이곳에서 자라면서 받은 영감을 여러 소설을 통해 그려냈고 노벨 문학상까지 탄 살리나스 출신의 소설가다. 

 

스타인벡의 거의 모든 것을 모아놨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듯한 ‘내셔널 존 스타인벡 센터’는 단일 작가의 기념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또 걸어서 10분 거리인 스타인벡의 생가도 국가 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살리나스의 고즈넉한 올드타운에 서면 한 켠에 <분노의 포도> 장면이 그려진 벽화가 있고, 그 맞은 편이 기념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1915년의 번호판을 붙이고 있는 모델 T 포드 자동차가 보인다. <에덴의 동쪽>에 나온 자동차로 그 옆엔 또 낯익은 얼굴이 있다. 이 영화에 나와 순식간에 이름을 알린 제임스 딘의 모습이다.
<에덴의 동쪽>은 스타인벡이 ‘이전에 쓴 작품은 이것을 쓰기위한 준비였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람들과 작가 자신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존 스타인벡 하면 당시 언론과 사람들의 비판을 받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 라는 꼬리표가 늘 우선시된다. 하지만 그의 삶은 사실 ‘문학이 가장 우선’ 이었으며 사람을 향해 따뜻하고 구체적이었던 마음을 기념관 곳곳에서 찾게 된다.
주정부 회계사였던 아버지와 전직 교사였던 어머니 아래서 외아들로 커오면서, 그를 작가로 성장하게 만든 건 그의 어머니였다고. 기념관 한 켠에 재현된 그의 어릴 적 방에서 그가 읽었던 책과 글씨는 참 정겹다.

스탠포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듣고싶은 과목만 선택하며 삐딱선을 타다가 결국 중퇴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기자로 새 삶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도 그만의 삐딱선은 계속되어, 멋대로 쓴 기사때문에 해고되었고 막노동을 하며 살다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본격적인 작가로 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생쥐와 인간>에서 가난한 두 노동자들의 소박한 우정과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잘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직접 본인이 희곡으로 각색해 연극과 영화로 재탄생했고, 기념관에서 이 영화의 주요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작품 <분노의 포도>다(로스가토스의 집에서 집필했다). ‘배고픔과 공포는 분노를 낳는다’고 묘사한 스타인벡은 1930년대 대공황과 가뭄, 지주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오클라호마 농부가 가족을 이끌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지만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절망하게 되는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참혹한 미국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에서는 불온소설이라며 판매가 금지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그가 노벨상을 받게 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기념관에는 <통조림공장 골목>의 첫 문장에 쓰인 ‘Lee Chong’ 가게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이 제목으로 거리의 이름을 붙인 몬트레이의 통조림공장이 있던 길도 만들어 놓아 책을 읽고 난 후 방문하면 소설 안으로 입장한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한켠엔 금방이라도 엔진소리가 날 것 같은 캠핑카가 보인다. 스타인벡이 노후에 직접 설계해서 애견 찰리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을 했던 캠핑카, ‘로시난테’ 다. 여행기 <찰리와 함께 한 여행:미국을 찾아>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찰리는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해서 기념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 후 노벨상을 받은 그는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했던 그의 소설에 불만을 가진 보수매체들이 노벨상 자격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게 한 이 현실을 뒤로 하고 그는 세상을 떠났고, 고향 살리나스로 돌아와 외가인 해밀턴가의 묘역에서 영원한 잠이 들었다 .
책을 읽거나 읽지 않았더라도 한 사람의 일대기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전시였다. 어쩌면 시대를 꿰뚫고 있었던 아니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며 시대정신을 온전히 글로 구현한 존 스타인벡. 옆동네 출신이라는 친근함을 더해 다시한번 그의 책을 손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곳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National John Steinbeck Center
스타인벡 소설 7개를 테마로 꾸며져 있으며 그의 삶을 보여주는 여러 전시물들이 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성인 15불, 학생 7불
기념관과 생가를 동시에 들르려면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문하면 된다.
1 Main St, Salinas, CA 93901
스타인벡의 생가(132 Central Ave, Salinas, CA 93901)는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2시까지.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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