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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겁날 정도로 기온이 확 오른 오후, 문 밖은 위험해 하면서 넷플릭스를 켭니다.
오랜만에 접속을 해서인지 못보던 것들이 추천 리스트에 주르륵 떴습니다. 오호라 횡재네, 마음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나왔네, 아 맞다 이 드라마도 몰아보려고 안봤었지, 이 다큐멘터리도 좋다고 추천하던데 이걸 볼까..
리모콘 화살표를 아래로 내릴수록 보고 싶어지는 것은 많아지고 예고편만 수십 개를 보고, 뭐볼까 뭐볼까 하며 이전으로 가기 화살표만 누르다가 결국 티비를 끄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죠.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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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선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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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윤이는 진정한 집순이, 집순이계의 최강자였습니다. 이랬던 아이가 여행을 간다는 겁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오히려 룰루랄라 잘 지내는 것 같더니만, 집순이계의 최강자도 조금은 지루했었나 봅니다. 그러니 요즘 동네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다들 떠나고 있습니다. 드릉드릉 시동을 계속 걸고 있었던 것 마냥 떠나네요. 그동안 억눌릴 수 밖에 없었던 여행욕구가 이제 봇물터지듯 나오는 겁니다. ‘보복여행’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고서요.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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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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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서 80대 노인 8명이 ‘추억여행’이라는 주제로 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이 제공된 그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두가지 뿐. 첫 번째는 마치 지금이 20년 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생활할 것, 두 번째는 직접 집안일을 할 것이었습니다.
이 여덟 명의 노인은 20년 전의 영화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하고 지금 나이로 살지 않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점차 적응했고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것도 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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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마음에 드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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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고’라는 말을 아시나요? 자연스럽고 멋진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는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미용실에 가면 영락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이 말의 첫글자를 따서 ‘손이고’ 라고 하구요, 응용편으로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쓰는 말, ‘미용사에게 손이고 당했다’ 가 있습니다. 동사로 쓰이는 거죠.
결국 그 사진을 가지고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씁쓸하게 미용실 문을 밀며 나온 기억, 많이들 있을 겁니다. 웨이브파마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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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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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습니다. 소년이었던 그는 청년이 되고, 결혼을 하며 남편이 되고 또 아버지가 됩니다. 그에게 ‘아이를 처음으로 대면하던 그 순간’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요.
아기와 열 달동안 살과 피를 나누었던 엄마들에 비해, 아버지들이 아기를 대면했던 순간은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어찌보자면 눈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아이를 보면서 남자들이 스스로를 ‘아버지’로 정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여서요, 남자들도 아이를 돌보면서 ‘옥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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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그리고 또다른 스타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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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과 졸업이 만일 시소를 타고 있다면, 아마 그 시소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미국에선 졸업의 무게가 입학에 비해 엄청나니까요. 졸업식도 꽤 성대하게 치뤄지곤 하죠.
저에게 졸업식은 모두 다섯 번, 그 중에 기억나는 건 유치원 졸업 빼고 네 번인데요. 딸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 오히려 제가 졸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딸아이를 축하한다는 마음보다, 저를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후련함과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딸에게 꼭 해줘야 할 것을 다 마쳤다, 고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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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언론인협회 출범…3개로 나뉘어 활동하던 북가주 지역 언론단체 하나로 통합돼
북가주언론인협회(회장 정승덕), 재미한인언론인협회(회장 김진형), 북가주 기자협회(회장 김판겸)으로 나뉘어 활동하던 북가주 지역 언론인 단체가 북가주 언론인협회(KAJA, The Korean American Jounalists Association)로 통합됐다.
새로 출범하는 북가주 언론인협회는 각 언론들의 상호 협력을 도모하고 한인 커뮤니티 발전을 위한 등불이 되자는 기치 아래 유엔이 정한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 지난 5월 3일 통합을 선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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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얼마 전 한 문장과 마주했습니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의 근육이 있다’
실제 근육과 약간은 다른, 상상력을 써보자면 미적 촉수를 가지고 있는 근육이랄까요.
발레를 하는 데 근육이 필요하듯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 이 근육을 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근육은 본 것이 쌓인 만큼 더 볼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진작가, 영화감독, 화가 등 미적대상을 부지런히 찾는 사람들이 이 근육부자일듯 합니다.
지난 주 어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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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구은희) 산하 청소년자원봉사단 카약 (KYAC-Korean Youth for Advancement of Culture, 회장 김동연) 2023년도 종업식이 쇼라인 골프장 내 마이클 식당에서 개최되었다.
1부 개회식은 김동연 정예주 두 학생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국민의례와 구은희 이사장의 환영사 그리고 이진희 이스트베이 한인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구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하여 졸업생들에게 "한 번 카약은 영원한 카약임을 잊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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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것을 축하해
기억하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가 공항에서 보던 비행기와는 많이 다르게 생겼던 ‘콩코드 비행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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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앞부분이 유난히 뾰족해서 ‘괴상한 새’라고 불리기도 했었죠. 이 비행기가 역사의 뒷 편으로 사라진지도 이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폭발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로 끝맺음을 지었던, 어찌보면 참 슬픈 퇴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뒷말이 많은 비행기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오로지 기술력만 자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