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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조각공원 Papua New Guinea Sculptur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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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남태평양의 이국적 정취가 흐르다,
파푸아뉴기니 조각공원 Papua New Guinea Sculpture Garden

 

1994년, 열 명의 파푸아뉴기니 예술가들이 비행기에 올랐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7천 마일 떨어진 팔로알토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십대부터 칠십대까지 전세대를 아우르는 예술가들로 그들 중 일부는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팔로알토에서 파푸아뉴기니의 고대신화와 전설을 묘사한 작품을 조각하고 그리면서 3개월 여의 시간을 보냈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가장 신성한 것들을 여기로 가져왔고, 이제 이곳의 사람들을 위해 그것들을 남겨둔다’고 말했다.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알고 갔는데도 들어서면서 멈칫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토속의 아름다움을 지닌 나무 조각, 페인트칠을 한 장대, 높은 토템들이 마치 일부러 숨겨놓은 것 같기도 해서 어쩌면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 한 가운데 있는 이 정원 안에 있다보면 크고 번화한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색감이 그득하다. 또 입구에서부터 원주민의 머리를 양 발로 붙들고 마치 막 날아오르려 하는 것 같은 독수리 앞에 서면 파푸아뉴기니 전설 속 한 장면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다.

 

이 예술가들을 초청한 것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파푸아뉴기니의 미들세픽강 사람들과 긴밀한 유대를 가졌던 짐 메이슨 Jim Mason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5년 동안 자금을 모았고, 파푸아뉴기니에 머무는 동안 그곳 사람들의 예술정신이 스탠포드 캠퍼스를 오가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파푸아뉴기니에서 40피트에 달하는 퀼라 kwila와 가라무트 garamut 나무줄기를 운반해 왔고, 돌은 캘리포니아의 모노호수에서 가져와 작품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예술을 위해 두 문화의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융합하게 된 것.
입구의 독수리상을 지나면 약 12개의 악어인간을 나타낸 높은 나무 조각들이 모여 있어 자연스레 눈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눈을 땅으로 향하면 커다란 악어조각이 보인다. 악어가 와서 바람의 도움으로 원시적인 물로 뒤덮인 세상을 분리했다는 파푸아뉴기니 이아트물족 Iatmul 의 전설을 나타내는 조각물이다. 또 초현실적인 존재감으로 샤머니즘을 떠올리게 하는 채색된 기둥들은 콰마 Kwoma 마을 주변에서 발견되는 마스크, 다양한 자연의 영혼들이 추상적으로 표현되어있다.

기둥들 사이를 걷다보면 시선을 끄는 한 조각상이 있다.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자세라고 생각하며 가까이 가니, 이것 또한 제목이 <The Thinker>다. 파푸아뉴기니 예술가 중 테디 발랑구 Teddy Balangu는 로댕 조각공원 사진을 받아보고 “아무것도 아니네요.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로댕과 같은 제목을 가진 두 개의 조각을 만들었다. 그 하나가 <생각하는 사람 The Thinker> 이고, 또 하나가 <지옥의 문 The Gates of Hell>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의 그것과는 아주 다른 스토리를 가진다. 이 사람은 자신이 세상에 나온 구멍 옆에 앉아 어떻게 점토로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하는 파푸아뉴기니의 한 조상의 이야기를 나타냈다. 또 돌로 만들어진 <지옥의 문>은 한 남자가 형을 속여서 아내를 죽인 후에 조상의 세계를 파괴하는 홍수이야기가 지옥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거진 참나무와 삼나무들 사이로 7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온 나무가 표현하는 파푸아뉴기니의 전설, 그리고 또 이곳의 돌로 나타난 먼 나라의 예술이 ‘믹스 앤 매치 Mix and Match’가 되어 오히려 요즘의 감성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조각공원 폐막식에서 “당신들이 우리를 몰랐듯이 우리도 당신들을 몰랐지요.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알고 우리는 형제이며 친구입니다” 라고 했다는 쿼스피 매렉 Kwospi Marek 의 말이 잔상으로 남는다. 파푸아뉴기니 조각공원은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곳을 아주 오래도록 있었던 곳으로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파푸아뉴기니 조각공원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캔터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도슨트 투어를 참가해도 좋고, 어느 때나 들러서 공원과 조각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찬찬히 둘러봐도 좋다. 도슨트 투어는 파푸아뉴기니 조각공원 앞 Santa Teresa & Lomita Drive 에서 모여 시작한다.
주소: 476 Lomita Dr, Stanford, CA 94305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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